‘큐브의 모험’을 읽고나서

<큐브의 모험>

에르뇌 루비크 저 / 생각정원 펴냄

사람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난감’이 무엇인지 맞춰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누군가는 모 회사의 인형을 언급할 것이고 누군가는 조립식 블럭을 말할겁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사실은 ‘큐브’가 제일 많이 팔렸대, 라는 말을 하는 순간 모두가 아하, 하며 납득하겠지요. 미국의 경제웹진인 24/7 Wallstreet에서는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통계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근처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물건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누가 이것을 만들었고, 어떻게 맞추는 것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큐브는 우리에게는 조금 먼 나라인 헝가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부다페스트 공과대학의 에르뇌 루비크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교수는 괴짜같은 면이 많다고 합니다. 이는 처음으로 큐브를 상업화한 헝가리의 사업가 티보르 락치(Tibor Laczi)의 회고록에서, 큐브 튜닝의 대가이자 루비크 교수와 친분이 있는 영국의 퍼즐 디자이너 토니 피셔(T. Fisher)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지요. 그 괴짜 교수가 자신의 걸작품인 큐브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본인도 큐브를 처음 맞출 때에는 매우 고생을 하였으며, 큐브를 대량생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사들에서 퇴짜를 맞았다는 얘기 등 실패의 경험담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지요. 겨우 공장을 수소문해, 기껏해야 5천 개를 겨우 찍어냈던 이 장난감의 매력은 알음알음 퍼져나가게 되고 곧 전세계를 뒤흔들 물건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큐브의 모험>을 읽는 독자들의 책상 한 켠에도 큐브가 놓여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은 대단히 성공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큐브의 모험>에서는 큐브를 통한 기하학적 디자인의 매력과 건축학적 구조, 수학적 원리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실제로 큐브의 다양한 모습과 그 원리는 인류의 문화에도 아주 깊은 관여를 했습니다. 서로 응집되어 있으면서도 맞물려 회전하는 독특한 시퀀스는 여러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지요. 또한 상태와 연산과 관련된 군론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을 물리적인 형태로 구체화해냈다는 점 또한 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컴퓨터 공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큐브의 모험>이 어려운 전공서적 수준의 깊은 지식을 요구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입문 교양 서적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큐브의 모험>은 큐브에 한해서 깊지만, 어렵지 않은 내용을 전달하지요.

물론 <큐브의 모험>을 읽는다고 해서 큐브를 맞추는 공식이나 큐브를 빨리 돌리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큐브의 아버지인 루비크 교수 또한 큐브를 엄청난 속도로 맞추진 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큐브의 모험>을 통해 그 배경과 역사 그리고 이 작은 물건이 미친 영향을 알고 큐브를 돌려본다면 맞추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손바닥 안에서 돌아가는 알 수 없는 장난감이 지닌 매력을 한 층 더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큐브의 모험>은 그런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읽은 뒤, 작성한 서평입니다. 먼저 큐브의 역사 및 배경과 관련된 서적이 나온 것은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기계식 퍼즐 불모지인터라(유일하게 큐브는 하나의 장르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전문 서적이 나올 때에는 외국 친구가 한국에 놀러오듯 아주 반갑습니다.

현재 출판된 큐브 전문 서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큐브바이블(추정훈 저, 이모션미디어 펴냄)
짱쌤의 큐브 교실(장준호 저, 느낌표 교육 펴냄)
더 지니어스 퍼즐북(팀 데도풀로스 저, 길벗 펴냄)
더 큐브(제리 슬로컴 저, 보누스 펴냄)

더 나아가서 기계적 퍼즐까지 언급한다면

신기한 종이퍼즐(퍼즐러갱 저, 라온북스 펴냄)
멘사퍼즐북 시리즈(보누스 펴냄)
생각이 커지는 수학 퍼즐(샘 로이드 저, 바이킹 펴냄)

여기에 덧붙이자면 잡지 <수학동아>에서 매달 KPP가 연재하는 퍼즐과 관련된 수학 이야기, 퍼즐 문제 등의 KPP와 함께하는 퍼즐라이프 코너 정도가 되겠습니다.

쭉 늘어놓고 보아도 썩 많지는 않습니다. 큐브 서적 중에서 제리 슬로컴의 <더 큐브>를 제외하면 큐브의 배경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을 하지 않고 큐브를 맞추는 방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더 큐브> 또한 책의 절반 정도를 큐브를 맞추는 방식에 할당하였습니다. 단순히 큐브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지닌 매력과 깊이에 대해서 얘기하진 않는 것입니다.

반면 <큐브의 모험>은 루비크 에르뇌가 직접 저술한 큐브의 일대기입니다. 디자이너에게 직접 듣는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큐브와 친해지고 그 내면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아마도 굳이 책을 제공받고 서평을 부탁받지 않았더라도 후기를 남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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