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퍼즐 입문 가이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리스트는 글 아래쪽에 있습니다.)

캐스트 퍼즐은 일본의 완구 회사 하나야마에서 제조하여 파는 금속제 기계식 퍼즐 시리즈 중 하나를 일컫습니다. 본래 일본에서는 2017년을 기해, Cast puzzle이라는 자칫하면 고유명사로는 보이지 않는 명칭을 Huzzle로 리브랜딩한 바 있으나 국내에서는 컴퍼니오름에서 그대로 ‘캐스트 퍼즐’의 이름을 붙여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Huzzle은 일본어로 읽으면 /하즈루/인데요, 이는 떼어낸다는 뜻을 가진 外す/하즈스/에 퍼즐을 일본식으로 읽은 パズル/파즈루/를 결합한 이름이지만 일본어 화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와닿지 않으므로 기존 명칭을 고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인지도 문제도 있겠지요.

https://www.huzzle.eu/

매년 IPP(International Puzzle Party;국제 퍼즐 파티)에서는 IPDC(International Puzzle Design Competition;국제 퍼즐 디자인 경연)을 엽니다. 하나야마에서는 매년 직원을 이 파티에 파견해 어떤 퍼즐이 상품성이 있는지, 자사의 시리즈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매의 눈으로 관찰합니다. 그러고 나서 적절한 것이 있다싶으면 컨택을 해 공산품으로 생산하는 것이지요. 물론 하나야마와 그 전부터 연줄이 닿아있는 세계의 유수한 퍼즐러들, 예를 들면 네덜란드의 오스카 반 디펜터, 미국의 브램 코언, 핀란드의 베사 티몬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퍼즐러 안진후님 등은 경연과는 무관하게 먼저 하나야마 측에서 연락을 취하기도 합니다.

https://johnrausch.com/DesignCompetition/

아무튼, 하냐아마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자사의 상품군을 늘려나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퍼즐이라고 해도 캐스트 퍼즐의 자격을 얻지 못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캐스트 퍼즐은 공산품이고 일반 대중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되어야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적인 요소같은 퍼즐의 외적 디자인도 고려를 해야 하지요.

버, 슬라이딩, 탱그램 퍼즐 등과 같은 다수의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는 퍼즐은 분실의 위험이 크고, 한 덩어리로 구성하기 힘들어 거추장스러운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금속으로 만드는 경우 단가가 상승합니다.
순차이동 퍼즐은 이미 큐브나 15퍼즐과 그 성질이 겹치기 때문에 시리즈의 개성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금속과는 어울리지 않기도 합니다(일부 캐스트 퍼즐은 순차이동의 성질을 약간 띠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 손재주, 접기, 직소 퍼즐이나 불가능 물체 또한 캐스트 퍼즐과는 어울리지 않지요.

그렇다면 캐스트 퍼즐로 발탁되는 분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재 캐스트 퍼즐은 크게 4가지 분류의 퍼즐을 내고 있습니다. 맞물림, 분리-결합, 숨겨진 장치, 길 찾기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유일하게 채우기 퍼즐인 Cast Cake가 있습니다. 이는 퍼즐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채우기임에도 불구하고 상품군으로 편입이 된 것이지요.

먼저 맞물림(Interlocking)은, 퍼즐이 완성됐을 때 특정한 모양이 유지되는(Solid) 상태의 퍼즐을 일컫습니다. 푸는 과정에서 그 견고함이 풀리기도 합니다.
분리-결합(Tanglement)은 일종의 얽혀있는 퍼즐의 집합으로, 어떠한 모양이 유지되지는 않고 특정한 방향성을 지닌 조작을 해서 푸는 퍼즐을 말합니다.
길찾기(Route-finding)는 말 그대로 특정 경로를 찾아 조각을 빼내는 퍼즐입니다.
숨겨진 장치(Hidden Mech)는 겉으로는 내부의 모양을 알 수 없고 특정 조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로 모양을 유추해서 풀어야하는 퍼즐입니다.

다음은 2019년 12월 기준 전체 퍼즐의 목록과 그 분류입니다.

물론 확실하게 4가지 분류로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맞물림이지만, 분리-결합의 모양새를 띠고있는 것도 있고, 분리-결합의 형태로 길찾기를 해야하는 퍼즐도 있습니다. 최대한 퍼즐을 푸는 과정이 어떤지에 따라 분류를 했습니다.
또한, 현재 단종된 상품인 Cast marine 시리즈, Cast Cricket, Cast Cuby 등이나 프리미엄 체스 퍼즐, 번외 시리즈인 Medallion은 목록에 넣지 않았습니다.

보통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3단계 퍼즐을 추천합니다. 약간의 미적 요소와 수학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장식용으로도, 두뇌 유희를 위한 장난감으로도 제격입니다. 난이도가 1에 가까워질 수록 쉬워지기는 하지만, 디자인이 아름다워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난이도가 6에 가까워질수록 약간 투박한 모습을 보이지만 퍼즐의 해법이 어렵습니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퍼즐이 쉬워질수록 모양이 단순하기 때문에 미적 요소를 첨가하기가 쉬워져 그런 경향을 띠는 것입니다.

여하튼, 겉으로 보기에 마음에 들고 만만해보이는 녀석을 하나 구매해본 뒤 마음에 들었다면 같은 분류의 퍼즐을, 조금 아쉽다싶을 땐 다른 분류의 퍼즐을 구매한다면 퍼즐이 너무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 구석에 치워놓는 일은 적겠지요. 쇼핑몰 등지에서는 퍼즐의 정확한 성질을 제시해주지 않기 때문에 구매시에 어려움이 많은 걸 고려해 작성해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천 10개를 꼽아보겠습니다. 순서대로 추천 우선순위라는 것은 아닙니다!

  1. G&G: 퍼즐을 푸는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길을 찾아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해법도 두 가지나 되어서 가지고 놀기에도 제격입니다. 플러스로 퍼즐 디자이너가 한국 퍼즐 작가 안진후님입니다.
  2. 마블: 단단하고 모던한 느낌을 주는 외관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푸는 과정도 아름답습니다. 퍼즐의 해법이 정말 기하학적으로 아름답습니다. 멋짐 순위를 꼽으라면 1위가 아닐까싶네요.
  3. 도넛: 절묘하게 한끗차이로 맞아떨어지며 조각들이 분해됩니다. 그 과정에서 두 개의 링을 빙글빙글 돌린다든지, 쪼갠다든지 하는 맛이 있어요.
  4. 패드락: 테마와 퍼즐의 매커니즘이 절묘하게 일치합니다. 패드락(자물쇠)라는 이름처럼 꽤 멋진 외관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G&G퍼즐 디자이너의 후속작입니다.
  5. 케이크: 독특한 풀이와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3조각이 내부에 꽉 들어차있기 때문에 도대체 이게 어떻게 빠지는지 알수가 없지만, 펜과 노트를 준비하고 그림을 그려가며 분석해 푸는 재미가 있습니다. 절묘한 각도를 노트에 직접 계산해서 실물을 풀었을 때의 쾌감이 좋습니다. 4단계이긴하지만 만만찮습니다.
  6. 아워글래스: 이 퍼즐은 무척 어렵습니다. 밟아야할 단계가 무척 많지만 다른 6단계 퍼즐들처럼 추상적이고 난해한 분해 과정을 갖기보다는 확실하게 단계를 밟아나가는 확신이 있는 퍼즐입니다. G&G퍼즐 디자이너의 패드락에 이은 후속작입니다. 이 작가님의 퍼즐은 그냥 믿고 해도됩니다.
  7. 하모니: 난이도가 쉬운 퍼즐을 고르라면 주저없이 하모니를 고르겠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음표 조각들이 서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풀립니다. 2010년 국제 퍼즐 디자인 경연에서 최우수상까지 받은 퍼즐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8. 라비: 정말 이름 그대로 양면에 복잡한 미로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미로 두개를 동시에 풀어야하니 꽤나 머리아픕니다. 한 가지 절묘한 상태를 거쳐야 풀리는데, 그 절묘한 상태가 꽤나 예상밖이라 재밌습니다
  9. 시프트: 격자 형태로 이루어져서 전혀 풀릴 것같지 않은데 의외의 공간 창출을 이용해 푸는 퍼즐입니다. 어렵지 않지만 아이디어가 독특합니다.
  10. 다이스: 가장 최근에 나온 캐스트 퍼즐(2021년 9월 기준)입니다. 이 퍼즐은 주사위 면을 이루는 조각들이 굉장히 헐겁게 되어있어서 엇 하는 순간에 와르르 분해됩니다. 이제 다시 조립하는 것이 진국이죠. 분명 방금 전에 내가 분해했는데 도저히 조립이 안됩니다. 왠지 자기가 바보가 된거같기도 하고, 방금 도통 무슨일이있었던 건지 아리송한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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