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째 퍼즐 리뷰는 일본의 퍼즐 디자이너 코노 이치로의 Four cubes입니다. 이 퍼즐은 그 전의 리뷰에서 간략하게 얘기한 바 있는 Trigonal Pyramid입니다. 퍼즐은 큐빅디섹션에서 구매를 했고, 큐빅디섹션에서는 Trigonal Pyramid 보다는 직관적인 Four cubes로 바꾸어 판매했습니다.
아래는 Three cubes, 위가 이번 리뷰의 주인공 Four cubes입니다. 목재가 아주 아름답지요? 이번에는 변재(sapwood)로 제작된 퍼즐을 구매했습니다. 변재란 통나무의 가장 겉부분을 이르는 말로, 나무의 결이 바뀌는 부분만을 취해 한 덩이의 목재임에도 불구하고 두 나무를 합친 것과 같은 영롱한 무늬를 띄는 모습을 보입니다.
각설하고, 퍼즐의 목적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조각들을 이어붙여 4개의 큐브를 만드는 것입니다. 퍼즐은 2쌍의 동일한 조각으로 구성되어있고, 조각의 정중앙에는 자석이 붙어있습니다. 자석에는 극이 존재해 4개의 큐브를 만들 수 있음에도 극이 같아 결합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당연히 오답입니다
실제로는 4개씩 결합이 되는 경우의 수가 꽤나 됩니다. 하지만 그 모두를 정답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몇 개의 과제를 제공합니다. 1. 다른 큐브와 연결되는 접촉면이 한 면의 절반을 넘지 않을 것 2. 2개의 막대를 만들되 길이가 같을 것
첫번째 미션의 해답입니다.
두번째 미션의 정답입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의 미션에 굳이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이런저런 큐브 모양을 만들어 보면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나온답니다.
14번째 퍼즐 리뷰는 일본의 퍼즐 디자이너 이와사와 히로카즈, 이른바 이와히로의 ODD 퍼즐입니다.
ODD 퍼즐은 2008년 IPDC에서 퍼즐러들의 투표와 배심원들의 평가 모두 1위를 거머쥔 그야말로 대박 퍼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 다 받기는 매우 어려우며, 장려상(Honorable Mention)만 받아도 아주 우수한 퍼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먼저 ODD 퍼즐의 ODD란, 사전적 의미로 이상하다든가 홀수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조각 모양이 O자와 D자, D자로 구성되어있다는 뜻이지요. 아래는 제가 가지고 있는 ODD 퍼즐입니다.
퍼즐의 생김새입니다. 상술한 3개의 큼직한 조각과 프레임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퍼즐의 목적은 조각을 모조리 프레임 안에 넣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해의 1위 상을 휩쓸었다면 단순히 들어가지는 않겠지요?
조각 하나를 넣으려고 하면 바로 난관에 봉착합니다. 조각이 프레임 구멍 너비보다 커서 안들어갑니다. 물론 아예 안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조각이 직육면체의 형태를 띠고 있는 터라 세워서 넣으면 들어갑니다.
자 그리해서 2개의 조각을 집어넣었습니다. 조각은 딱 맞는 공간에 들어가서 옴싹달싹 못하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조각의 높이가 아주 미묘하게 프레임 빈 공간의 높이보다 커서 움직이질 않습니다. 사진의 붉은 원 안쪽을 자세히 보면 정말 조금 조각이 튀어나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시도해본 사람들은 아직 제일 관건인 O자 조각은 들어가지도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리저리 탐구를 시작하지만 이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절망에 빠집니다. 도대체 어떻게 넣어야하는 것일까요?
핵심은 D자 조각의 모서리가 약간 깎인 부분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마치 시험문제를 풀 때에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과같이 도대체 왜 이 조각들이 단순한 육면체가 아니라 귀퉁이를 깎아놓은 형태일까 고려를 해야합니다. 아주 명료한 트릭 하나를 깨닫고 나면 즉시 풀립니다.
13번째 퍼즐 리뷰는 일본의 오바케 퍼즐 팀이 만든 오바케 퍼즐(Obake puzzle)입니다. 오바케는 괴물이라는 뜻인데, 깜찍한 유령의 모습을 내세운 모습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여러가지 상을 받았다는 것을 자랑하고있습니다. – JAPAN WOOD DESIGN AWARD 2017 – Japan One Sheet Plywood Product Award Outstanding performance award – Mashup Awards 2016 Interactive Design Award – GUGEN 2016 Autodesk fusion360 Award – ANA WonderFLY Creative Award Finalist – DMM.make AKIBA Open Challenge 1 – Recruit – TECH LAB PAAK 8
첫번째를 제외하고는 무엇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런저런 수상을 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인 일본 목재 디자인 어워드는 일본에서 다양한 목공예 및 목제 가구들 중 미적으로 아름다운 상품을 선정해 주는 상입니다.
아무튼, 이 오바케 퍼즐은 MDF로 만든 목재 직소 퍼즐입니다. 퍼즐을 프레임 안에 넣으면 불빛이 들어오고 프레임에서 들어내면 불빛이 꺼지지요.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영상을 첨부합니다.
아래의 로고 옆에는 귀여운 도깨비불 모양 버튼도 있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습니다. 저도 원래는 공식 스토어에서 이 불빛이 들어오는 버전을 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높아(10만엔, 한화로는 100만원에 육박합니다.) 눈물을 머금고 MDF만으로만 이루어진 버전을 두 개 구입했습니다.
배송이 왔는데, 상단에 얼핏 보이는 재생지에 영수증과 함께 직접 수기로 작성한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바케 퍼즐 팀으로부터 드림’ 문구에 약간 감동을 받고 개봉을 해보았습니다.
아~ 아주 귀엽지 않습니까? 퍼즐 내부에는 오바케퍼즐팀의 명함, 자사 제품군 소개 카탈로그 및 구매 감사 편지가 들어있습니다. 조각들은 레이저 커팅을 하는 MDF의 특성상 조각 옆에 약간의 탄 자국이 난 모습입니다(물티슈로 닦으면 일부 지워집니다).
왼쪽은 CD케이스에 들어있는 원형 퍼즐, 우측은 일반 종이 포장에 담긴 직사각형 형태의 퍼즐입니다. CD 케이스 버전은 원형 프레임이 흔들리지 않게끔 딱 맞는 MDF틀을 붙여준 모습입니다.
퍼즐의 난이도는 무척 낮습니다. 프레임에 울퉁불퉁한 홈들이 파여있는데 조각들을 이리저리 붙여보면 완성이 되지요. 물론 조각의 앞뒤가 없기 때문에 약간 헷갈리지만 그래도 직소 퍼즐처럼 하나씩 하다보면 완성이 됩니다. 사실 약간 기계적 퍼즐같은 특성을 기대하고 실망한 감이 없지않아있습니다만 귀엽기때문에 용서를 했습니다.
이 퍼즐은 역사가 깊습니다. 오스카가 17살때에 자기 집 부엌에 있던 성냥갑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아이디어를 만들다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에 만든 퍼즐이라 그런지 무척 어렵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씩 시도해보면 풀리는 정도이죠. 그래서 그걸 아쉬워한 다른 퍼즐러들은 이 아이디어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퍼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Péter Gál이라는 사람이 2016년에 IPDC에 제출한 퍼즐입니다. 하지만 조각이 6개로 늘었지요. 저도 이 퍼즐은 풀어본 적은 없지만 그 해 배심원들의 멋진 퍼즐 투표 8위에 오른 걸 보니 썩 괜찮은 퍼즐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그 해는 안진후님의 두 입 베어먹은 비스킷이나 고 핏 캄의 Chain Store와 Stumbling Blocks, 하지메 카츠모토의 Slide Packing과 같은 쟁쟁한 퍼즐들이 경쟁하던 경연이었답니다.
캐스트 퍼즐은 일본의 완구 회사 하나야마에서 제조하여 파는 금속제 기계식 퍼즐 시리즈 중 하나를 일컫습니다. 본래 일본에서는 2017년을 기해, Cast puzzle이라는 자칫하면 고유명사로는 보이지 않는 명칭을 Huzzle로 리브랜딩한 바 있으나 국내에서는 컴퍼니오름에서 그대로 ‘캐스트 퍼즐’의 이름을 붙여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Huzzle은 일본어로 읽으면 /하즈루/인데요, 이는 떼어낸다는 뜻을 가진 外す/하즈스/에 퍼즐을 일본식으로 읽은 パズル/파즈루/를 결합한 이름이지만 일본어 화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와닿지 않으므로 기존 명칭을 고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인지도 문제도 있겠지요.
매년 IPP(International Puzzle Party;국제 퍼즐 파티)에서는 IPDC(International Puzzle Design Competition;국제 퍼즐 디자인 경연)을 엽니다. 하나야마에서는 매년 직원을 이 파티에 파견해 어떤 퍼즐이 상품성이 있는지, 자사의 시리즈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매의 눈으로 관찰합니다. 그러고 나서 적절한 것이 있다싶으면 컨택을 해 공산품으로 생산하는 것이지요. 물론 하나야마와 그 전부터 연줄이 닿아있는 세계의 유수한 퍼즐러들, 예를 들면 네덜란드의 오스카 반 디펜터, 미국의 브램 코언, 핀란드의 베사 티몬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퍼즐러 안진후님 등은 경연과는 무관하게 먼저 하나야마 측에서 연락을 취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하냐아마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자사의 상품군을 늘려나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퍼즐이라고 해도 캐스트 퍼즐의 자격을 얻지 못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캐스트 퍼즐은 공산품이고 일반 대중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되어야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적인 요소같은 퍼즐의 외적 디자인도 고려를 해야 하지요.
버, 슬라이딩, 탱그램 퍼즐 등과 같은 다수의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는 퍼즐은 분실의 위험이 크고, 한 덩어리로 구성하기 힘들어 거추장스러운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금속으로 만드는 경우 단가가 상승합니다. 순차이동 퍼즐은 이미 큐브나 15퍼즐과 그 성질이 겹치기 때문에 시리즈의 개성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금속과는 어울리지 않기도 합니다(일부 캐스트 퍼즐은 순차이동의 성질을 약간 띠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 손재주, 접기, 직소 퍼즐이나 불가능 물체 또한 캐스트 퍼즐과는 어울리지 않지요.
그렇다면 캐스트 퍼즐로 발탁되는 분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재 캐스트 퍼즐은 크게 4가지 분류의 퍼즐을 내고 있습니다. 맞물림, 분리-결합, 숨겨진 장치, 길 찾기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유일하게 채우기 퍼즐인 Cast Cake가 있습니다. 이는 퍼즐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채우기임에도 불구하고 상품군으로 편입이 된 것이지요.
먼저 맞물림(Interlocking)은, 퍼즐이 완성됐을 때 특정한 모양이 유지되는(Solid) 상태의 퍼즐을 일컫습니다. 푸는 과정에서 그 견고함이 풀리기도 합니다. 분리-결합(Tanglement)은 일종의 얽혀있는 퍼즐의 집합으로, 어떠한 모양이 유지되지는 않고 특정한 방향성을 지닌 조작을 해서 푸는 퍼즐을 말합니다. 길찾기(Route-finding)는 말 그대로 특정 경로를 찾아 조각을 빼내는 퍼즐입니다. 숨겨진 장치(Hidden Mech)는 겉으로는 내부의 모양을 알 수 없고 특정 조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로 모양을 유추해서 풀어야하는 퍼즐입니다.
다음은 2019년 12월 기준 전체 퍼즐의 목록과 그 분류입니다.
물론 확실하게 4가지 분류로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맞물림이지만, 분리-결합의 모양새를 띠고있는 것도 있고, 분리-결합의 형태로 길찾기를 해야하는 퍼즐도 있습니다. 최대한 퍼즐을 푸는 과정이 어떤지에 따라 분류를 했습니다. 또한, 현재 단종된 상품인 Cast marine 시리즈, Cast Cricket, Cast Cuby 등이나 프리미엄 체스 퍼즐, 번외 시리즈인 Medallion은 목록에 넣지 않았습니다.
보통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3단계 퍼즐을 추천합니다. 약간의 미적 요소와 수학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장식용으로도, 두뇌 유희를 위한 장난감으로도 제격입니다. 난이도가 1에 가까워질 수록 쉬워지기는 하지만, 디자인이 아름다워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난이도가 6에 가까워질수록 약간 투박한 모습을 보이지만 퍼즐의 해법이 어렵습니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퍼즐이 쉬워질수록 모양이 단순하기 때문에 미적 요소를 첨가하기가 쉬워져 그런 경향을 띠는 것입니다.
여하튼, 겉으로 보기에 마음에 들고 만만해보이는 녀석을 하나 구매해본 뒤 마음에 들었다면 같은 분류의 퍼즐을, 조금 아쉽다싶을 땐 다른 분류의 퍼즐을 구매한다면 퍼즐이 너무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 구석에 치워놓는 일은 적겠지요. 쇼핑몰 등지에서는 퍼즐의 정확한 성질을 제시해주지 않기 때문에 구매시에 어려움이 많은 걸 고려해 작성해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천 10개를 꼽아보겠습니다. 순서대로 추천 우선순위라는 것은 아닙니다!
G&G: 퍼즐을 푸는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길을 찾아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해법도 두 가지나 되어서 가지고 놀기에도 제격입니다. 플러스로 퍼즐 디자이너가 한국 퍼즐 작가 안진후님입니다.
마블: 단단하고 모던한 느낌을 주는 외관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푸는 과정도 아름답습니다. 퍼즐의 해법이 정말 기하학적으로 아름답습니다. 멋짐 순위를 꼽으라면 1위가 아닐까싶네요.
도넛: 절묘하게 한끗차이로 맞아떨어지며 조각들이 분해됩니다. 그 과정에서 두 개의 링을 빙글빙글 돌린다든지, 쪼갠다든지 하는 맛이 있어요.
패드락: 테마와 퍼즐의 매커니즘이 절묘하게 일치합니다. 패드락(자물쇠)라는 이름처럼 꽤 멋진 외관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G&G퍼즐 디자이너의 후속작입니다.
케이크: 독특한 풀이와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3조각이 내부에 꽉 들어차있기 때문에 도대체 이게 어떻게 빠지는지 알수가 없지만, 펜과 노트를 준비하고 그림을 그려가며 분석해 푸는 재미가 있습니다. 절묘한 각도를 노트에 직접 계산해서 실물을 풀었을 때의 쾌감이 좋습니다. 4단계이긴하지만 만만찮습니다.
아워글래스: 이 퍼즐은 무척 어렵습니다. 밟아야할 단계가 무척 많지만 다른 6단계 퍼즐들처럼 추상적이고 난해한 분해 과정을 갖기보다는 확실하게 단계를 밟아나가는 확신이 있는 퍼즐입니다. G&G퍼즐 디자이너의 패드락에 이은 후속작입니다. 이 작가님의 퍼즐은 그냥 믿고 해도됩니다.
하모니: 난이도가 쉬운 퍼즐을 고르라면 주저없이 하모니를 고르겠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음표 조각들이 서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풀립니다. 2010년 국제 퍼즐 디자인 경연에서 최우수상까지 받은 퍼즐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라비: 정말 이름 그대로 양면에 복잡한 미로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미로 두개를 동시에 풀어야하니 꽤나 머리아픕니다. 한 가지 절묘한 상태를 거쳐야 풀리는데, 그 절묘한 상태가 꽤나 예상밖이라 재밌습니다
시프트: 격자 형태로 이루어져서 전혀 풀릴 것같지 않은데 의외의 공간 창출을 이용해 푸는 퍼즐입니다. 어렵지 않지만 아이디어가 독특합니다.
다이스: 가장 최근에 나온 캐스트 퍼즐(2021년 9월 기준)입니다. 이 퍼즐은 주사위 면을 이루는 조각들이 굉장히 헐겁게 되어있어서 엇 하는 순간에 와르르 분해됩니다. 이제 다시 조립하는 것이 진국이죠. 분명 방금 전에 내가 분해했는데 도저히 조립이 안됩니다. 왠지 자기가 바보가 된거같기도 하고, 방금 도통 무슨일이있었던 건지 아리송한 재미가 있습니다.
11번째 퍼즐 리뷰는 Haym Hirsh의 Inelegant Soma입니다. 10월에 미국의 수제 퍼즐 제작자 Brian Menold가 운영하는 woodwondersonline에서 한정판으로 팔았던 것을 냉큼 구입했습니다.
아~~ 아주 멋들어지지 않습니까? 목재의 재질이 각자 다르고 영롱한 무늬를 드러내는 것이 아주 그냥 쥑입니다. 사실 Inelegant Soma는 세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나무의 재질을 각기 다르게 해서 판매하는 것인데, 3번째 것은 목재의 구성이 다르지요. 고급 목재인 핑크 아이보리를 일부 사용했고 단 8개만 생산했다고 합니다. 핑크 아이보리는 아프리카가 자생지인데, 아프리카의 원주민족 중 하나인 줄루족은 왕족이 아닌 자가 핑크 아이보리를 사용하면 사형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귀하고 고급스러운 나무라는 뜻이지요. 현대에 이르러서는 고급 당구채나 기타의 브릿지로 종종 사용되는 목재입니다.
그리고 스탠드는 가장 단단한 목재 중 하나인 웬지와 단풍으로 만들어졌고, 바닥에는 제작자 Brian이 자신의 시그니처를 새겨놓았습니다. 7 OF 8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니 제가 7번째 구매자인 것 같네요.
아무튼 한정판 자랑은 이만 마치고 퍼즐에 대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조각들의 모양입니다. 7개의 조각으로 구성되어있고 각 조각은 소마큐브에서 볼 수 있던 조각들을 약간씩 비틀어놓은 모양입니다. 여기서 퍼즐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있죠. 우아하지 못한 소마 큐브라는 것인데, 목재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아주 쥑이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합니다. 이 조각들을 잘 쌓아올려 우측의 정육면체를 만들면 됩니다.
근데 왜 굳이 스탠드가 있는가? 하면, 이 퍼즐은 분해가 아주 쉽게 됩니다. 각 조각들은 단지 얹혀 있을 뿐이라 톡 치면 조각들이 무너져 내리지요. 그래서 귀퉁이를 중심으로 멋들어지게 세워놓을 수 있게끔 스탠드도 같이 구성품으로 있는 것입니다.
퍼즐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5*5*8의 내부 공간을 가지고 있는 프레임과 3*3*5의 공간을 차지하는 C자 조각 5개로 구성되어있고, 5개의 조각을 프레임 안에 튀어나오지 않게 채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조각들을 무작정 채우려고하면 다음과 같이 하나의 조각이 안들어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조각을 도대체 어떻게 넣을지 생각하는 것이 관건이겠지요.
먼저 이런 채우기 퍼즐은 2가지 생각을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1. 어떤 모양으로 내부에 들어가 있는가? 2. 그 모양이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그 모양대로 채울 수 있는가?)
이 생각을 반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가령 저 조각들이 내부 공간의 크기인 5*5*8로 겹겹이 쌓인 모양을 알아냈다면 그것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고려해야하고, 만일 불가능한 형태라면 다시 쌓인 모양을 생각해야겠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트릭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조각이 참으로 신기한 각도로 회전을 하거나 조각들의 대각선길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서로 위치가 바뀐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 퍼즐도 제가 설명한 예시처럼 뭔가 특이한 트릭이 존재합니다(위에 쓴 것이 해당 퍼즐의 트릭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1번 생각을 해서 채워진 모양을 상상하고 그것이 가능할지 연구해보는 과정에서 ‘이게 혹시 이런 식으로 가능한가?’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낸 순간 아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아주 영리하게 설계되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특이한 점을 어제 하나 발견했는데, 바로 해법이 2개라는 사실입니다. 채워진 모양이 다르지는 않지만, 그것을 채우는 과정이 위상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형태를 띱니다. Volker 박사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해법 다 아주 깔끔한 모습을 보입니다. KPP 모임에서 의견을 나눠봐야겠습니다.
그가 만든 퍼즐의 조각들을 보면, 전부 같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모양의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비슷한 조각들만 가지고 기계식 퍼즐을 만드는데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물론 그러한 아이디어로 여러가지 매커니즘의 퍼즐을 만드는 것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는 불가능 물체(Impossible Object), 그러니까 통상적으로는 어떻게 만드는지 알 수 없는 물체들을 즐겨만들기도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십자모양 막대를 입구가 좁은 병에 넣는 식이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Three Cubes입니다. 각 조각은 블랙 림바 나무로 만들어졌고, 가운데에 자석이 박혀있는 1*2*2조각이 두 개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명품 수제 퍼즐 장인 에릭 퓰러(Eric Fuller)가 만들어서 그런지 마감이 아주 뛰어납니다요.
이 퍼즐은 2018년 IPDC(International Puzzle Design Competition; 국제 퍼즐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아쉽게도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득표수 랭킹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해당 년도 최상급 퍼즐의 영예는 받지 못했지만 비견될만한 퍼즐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퍼즐의 목적은 아주 간단합니다. 퍼즐의 이름인 Three Cubes에서 알 수 있듯, 3개의 조각을 적당히 붙여 3개의 정육면체를 만들면 됩니다. 아주 간단해보입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3개의 정육면체를 만드는 것이 쉽사리 되지 않아 아주 고통을 줍니다.
기계식 퍼즐 전문 유튜버 Mr. puzzle이 마침 최근에 해당 퍼즐의 리뷰를 올렸는데, 참고 해보셔요. Mr. puzzle이 삼십분 동안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일품입니다. (영상 말미에 정답이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